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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부서진 조각들로 성을 쌓다

📑 목차

    부서진 조각들로 성을 쌓다
    1회: 작가의 말 - 이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 소설은 나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8년까지, 약 20년의 시간 동안 겪었던 일들을 담았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구성했습니다. 일부 인물과 장소는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을 다시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어두운 터널도 끝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시간도 지나갑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은 열립니다.
    제게 음악이 있었듯이,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바이올린이 있을 것입니다.

    필자의 연주 장면(실제 사진)

     그것을 찾아, 끝까지 놓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다음 분들께 바칩니다.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저를 키워주신 소년의 집 수녀님들께, 음악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힘들 때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부제: 한 소년의 고통과 음악, 그리고 구원의 기록
    내 나이 6-7살, 여동생의 나이 3-4살. 1960년대 후반, 종로3가 큰길에서 한 발짝만 비켜서면 화려한 간판의 불빛은 금방 끝났다. 극장 앞 포스터와 전당포의 흐린 유리창이 마지막으로 버티다가, 골목을 한 번만 꺾으면 세상은 연탄 내와 젖은 흙냄새, 기침 소리로 갈아탔다. 우리 집은 그 골목 맨 안쪽, 비 새는 판잣벽에 덜컹거리는 미닫이문 하나 달린 방 한 칸이었다. 신문지를 덧대고 풀칠을 해도 겨울바람은 틈을 골라 들어왔고, 빚쟁이의 발소리와 주인아주머니의 신경질도 그 틈으로 스며들었다.
    우리는 '식구'라는 이름을 겨우 공유한 파편들이었다. 아버지 아래 계모, 위로 형, 옆으로 배다른 형제들, 그리고 나, 맨 아래에 여동생. 누구는 같은 눈매를, 누구는 다른 턱선을 가졌고, 그 닮음과 다름 사이에 밥그릇 순서와 말투, 숨소리의 높낮이가 놓였다. 그 구획선은 늘 어른들의 일이었지만, 감당은 우리의 몫이었다.

     

    다음 이야기, 〈방 한 칸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