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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방 한 칸의 밤 - 1960년대 후반

📑 목차

    2회: 방 한 칸의 밤 - 1960년대 후반

     

    ※ 이 글에는 과거의 가정폭력/학대 경험에 대한 간접적 묘사가 포함됩니다. 노골적·상세한 표현은 지양합니다. 불편하실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밤이면 방은 더 작아졌다. 연탄불이 누렇게 달아오른 화구로 숨을 쉴 때, 등잔은 기름을 아껴 탔고, 우리는 입김을 아껴 냈다. 통행금지 사이렌이 먼 데서 한 번 울면 도시의 큰 소리들이 꺼지고, 사소한 소리들만 살아났다. 젖먹이가 토하는 소리, 양은 대야를 빠는 철그럭거림, 뒤축이 닳은 구두가 복도 끝에서 머뭇거리는 소리. 그 사이에 우리 집엔, 더 얇고 더 위험한 소리가 있었다.

    당시 분위기 재현 이미지 (AI 생성·연출)


    그날 밤, 계모의 얼굴은 낮부터 붉었다. 막걸리인지 소주인지 병이 바닥을 보일 때마다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높아졌다. 이유는 사소했다. 여동생이 국을 엎었거나, 실을 꼬이게 했거나, 아니면 그날의 공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사소한 것들이 밤이 되면 커지는 법이었다. 어둠은 작은 잘못을 크게 만들고, 작은 몸을 더 작게 만든다.
    여동생은 문 옆에 웅크렸고, 나는 형 옆에 달라붙었다. 형의 무릎뼈는 믿고 싶은 만큼 단단했지만, 기대면 더 차갑다는 걸 그날 알았다. 우리는 호흡까지 맞춰가며 방의 공기를 흔들지 않으려 했다. 한 사람이 길게 내쉬면, 다른 사람은 숨을 잠깐 멈추는 식으로.
    "쓸모없는 것,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칼날 같은 말이 방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등잔불빛만큼 길어진 계모의 그림자가 바닥을 긁듯 지나갔다. 여동생이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짧은 비명이 튀었고, 등잔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다음부터는 신음인지, 몸과 장판이 부딪히는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는 둔탁함이 이어졌다.


    뒤꿈치가 한 번, 또 한 번 내려앉았다. 규칙 같은 불규칙. 툭, 쾅. 비닐 장판 위 공기가 밀려났다가 돌아올 때, 여동생의 작은 몸은 번데기처럼 더 말려 들어갔다. 볼이 번들거리고, 입술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붉은빛이 스며 나왔다. 나는 손등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 소리만 줄이면 모든 게 멈출 것 같았다. 형의 손이 내 머리를 더 끌어안았다. 오래된 코트의 눅진한 천 냄새와 땀의 소금기가 목울대에 걸렸다. 나는 그 냄새에 나를 숨겼다. 숨을 더 얇게, 더 길게 잘라냈다.
    문틈으로 찬바람이 한 번 더 들어왔다. 바깥에선 누군가 욕을 하고, 다른 누군가 웃었다. 이웃집 라디오에서는 유행가가 흘렀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갔다. 우리 방만 멎어 있었다.

     

    [자전적 소설] - 1회:부서진 조각들로 성을 쌓다

     

    다음 이야기, 〈첫 소리〉.
    밤은 지나갔고, 나는 낮의 시장 한가운데서 한 줄의 현을 찾습니다. 그 소리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