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에필로그 - 그 후의 삶
← 이전화 ">← 이전화 31회: 에필로그 - 그 후의 삶 뒤의 시간들은 빠르고 분명했다. KBS 교향악단에서 3년, 무대의 규율과 직업의 호흡을 몸으로 새겼다. 독일로 유학, Dortmund국립음대 졸업, 귀국. 부산에 정착해 귀국 독주회를 열고, 여러 지방 시립교향악단에서 악장으로 섰다. 예술중, 고,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언젠가 내가 건네받았던 한마디의 온기를, 내 말로 다시 건넸다. KBS에 있던 동안 결혼도 했고, 유학 후엔 아이 둘을 품에 안았다. 유학 이후에도 좋은 순간들,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있었다.하지만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역시 그때였다."유승구씨, 합격입니다."그 한마디를 들었던 1988년 3월의 그날. 어둠 속에서 시작된 삶이었다. 계모의 폭력, 고아원의 철창, ..
2025. 11. 9.
26회: 대학 1학년 - 낯선 세상
← 이전화 다음화 →">← 이전화 다음화 → ※ 이 글에는 과거의 가정폭력/학대 경험에 대한 간접적 묘사가 포함됩니다. 노골적·상세한 표현은 지양합니다. 불편하실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26회: 대학 1학년 - 낯선 세상 전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세상이 한 톤 밝아졌다. 버스 정류장의 표지판, 하늘의 색, 사람들의 발소리까지도 더 또렷했다. 나는 마음속에서 오래 접어 둔 종이를 펼치듯, 다음 문장을 읽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그날 밤, 케이스를 열고 첫 음을 길게 그었다. 라. 그 한 음 위에 나는 내 지난 시간을, 그리고 다음 시간을 차분히 올려놓았다. 이제 시작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이었지만, 오늘은 새로이, 또 한 번, 1984년 3월 초,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얇았다. 입학식을 마치고..
2025. 11. 7.